Skip to content

조회 수 122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불교적 정서, 유교적 관습, 그리스도교적 문화의 축복


박기호 신부 2013. 11. 26


우상과 신앙
[종교의 창] 열린 눈 트인 귀

 

박기호 신부 (소백산 산위의마을 촌장)



“웬일이세요?” “신부님, 기도 좀 하려고 왔어요!”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아랫동네 강씨가 벌겋게 취한 얼굴로 마당에 들어서면서 하는 말이다. 뜻밖이고 처음 있는 일이다. 이층 경당으로 안내했더니 잠시 뒤 내려온 그는 “신부님, 죄인들은 회개해야 돼요! 사람이 서로 사이좋게 살아야 하는데. 기도해 줍시오, 내가 쌀 반가마 낼 거라요. 햅쌀이 새로 들어 왔거등요!” 하더니, 뭔가 억울한 듯 한동안을 푸념하다가 돌아간다. 강씨가 마을 사람들에게 연대 고발을 당해 조사를 받고 무혐의 처분으로 귀가했다는 것은 나중에 들은 말이다. 며칠 뒤 쌀 포대 두 개가 마을로 왔다.


우리 고을에는 종교시설이라야 작은 감리교회가 하나 있고 사설 암자가 몇 곳 있지만 종교인은 거의 없는 편이다. 그렇지만 집안에 초상이 나면 당연하게도 스님에게 부탁해서 예불을 올리게 한다. 강씨 역시 그렇다. 기도하려고 찾아온 것은 이제 가톨릭으로 개종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다만 가까운 종교처가 우리 공동체이기 때문일 뿐이다. 종교적 교리나 신앙을 목숨 걸고 사수하듯이 타종교를 불경시하면서 ‘미신이다, 우상이다, 이단이다!’ 선동하고 정죄하는 것은 교직자들의 자가당착적인 태도일 뿐, 민중들의 종교 심성은 그렇지 않다. 종교를 가리기보다 그냥 기도할 수 있으면 되고 위로받고 의지하고 축복을 청원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기도하는사람.jpg


불행히도 일부 종파들의 배타적인 선교 행위로 인한 한국 종교의 훼손과 폐해가 심각하다. 타종교를 부정하고 폄훼하면서 불상과 성상을 우상이라고 파손하고 훼방하는 행각을 들을 때마다 종교인으로서 민망스럽고 낯부끄럽다. 이건 혐오스러운 변태다.


한국인의 종교 심성은 정서적으로는 불교로 생활하고, 관습으로는 유교로, 문화적으로는 그리스도교로 생활한다는 말이 있다. 종교다원주의의 한국 사회를 종교 엑스포 국가라고 빈정댈 수도 있지만 문화적 이해로 서로 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한다면 이보다 더 아름다운 종교 사회가 있겠는가? 축복받을 사회다. 나는 신부이고 내 막냇누이는 수녀로서 우리 가족은 70년 전 모친으로부터 시작한 전형적인 가톨릭 집안이다. 그렇지만 매년 조부모님과 부친 세 분의 제사와 명절 차례를 유교식으로 모시고 있다. 제사에는 가문의 친지들도 모이는데 종교도 다양하다. 나는 가톨릭 사제이지만 장남인 이유로 중요한 전례시기가 아니고는 최대한 참석하여 주례하고자 애쓴다.


늙으신 어머니께서 며느리와 딸들과 마련하신 제사상에 정성스레 제주를 붓고 동생들과 친지들과 나란히 절을 올린다. 끼니도 변변치 못했던 그 어려운 시절에도 모친께서는 단 한 번도 제사를 거르지 않았고 그래서 모두 바삐 사는 도시 생활에도 형제 친지들을 만날 수 있다. 제사와 명절 차례를 통해서 조상님들이 우리에게 축복을 선물하신다고 믿는다. 모친께서 작고하시고 장남인 나도 죽은 다음에는 어떻게 될는지 모르지만.


즐거워하는단체웰컴투동막골.jpg


미신과 우상숭배란 무엇이고 문화와 신앙이란 무엇인가? 예수님의 일대기를 소개하는 복음서에는 병자를 치유하고 악령을 추방하시는 행적이 무척 많이 나온다. 치유와 구마는 육신과 정신의 왜곡을 창조성에로 복구하는 일이다. 그러나 하느님과 성경에 대한 설교는 넘쳐나는데도 교인들은 창조적 삶을 외면하고 미신과 우상을 더욱더 숭배한다. 명품의 우상, 개발과 성장의 우상, 재테크, 아이티(IT) 기술, 강대국, 패권주의, 매카시즘, 신도 수, 헌금, 경쟁적인 매머드 교회 신축의 우상 … 의식과 영성을 지배하는 악령을 숭배하고 있지는 않는가. 바로 이것이 문화와 우상과 신앙을 식별하지 못하게 만든 마술이다. 장님이 장님을 인도한다. 악령을 추방하고 영혼을 정화하는 재세례가 필요한 시대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11981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38310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55214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7119
6705 안식일이 죽어야 예수가 산다 5 fallbaram 2013.12.05 1334
6704 닭 대가리만도 못한 논리를 가진 자칭 빨갱이 김원일 님아! 4 토종닭 2013.12.05 1261
6703 창조적 일탈정부 시사인 2013.12.04 1043
6702 민초스다는 初心을 유지하고 있는가? 어느듯 3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7 반달 2013.12.04 2762
6701 정의구현사제단 성명서. 1 사제단 2013.12.04 1142
6700 토종닭 님의 닭대가리적 논리 1 김원일 2013.12.04 1318
6699 세상에나 만상에나 “청와대도 댓글 알바팀 운영했다” 한다!!! 그럴리가 2013.12.04 1401
6698 집중하는자와 집착하는자의 차이 1 fallbaram 2013.12.04 1265
6697 김원일님은 빨갱인가 종북인가? 그것이 알고 싶다. 5 토종닭 2013.12.04 1637
6696 달수 님의 글 삭제했습니다. 3 김원일 2013.12.04 1451
6695 동영상 재생 주소에 iframe 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2 기술담당자 2013.12.04 1585
6694 여보게 친구, 예수를 찾는가? 천국 가고 싶은가? 4 아기자기 2013.12.03 1395
6693 진리교회와 안식일 준수자 김균 2013.12.03 1453
6692 리오넬 메시 10살 때 동영상과 국정원의 불법적인 여론 선전전 국민 2013.12.03 925
6691 진흙과 철이 섞인 그 부분을 동시에 부셔야하는 이유를 생각하며 2 fallbaram 2013.12.03 1075
6690 [권석천의 시시각각] 15번째 '설마'… 채동욱 정보유출 기자는 위대하다 2013.12.03 1136
6689 달수 님, 제목 수정 부탁합니다. 김원일 2013.12.03 1433
6688 fallbaram님에게 11 달수 2013.12.02 1223
6687 당신의 선택은? 2 테스트 2013.12.02 1420
6686 안식일교회 앞날이 밝은 이유 2 file 김주영 2013.12.02 1900
6685 첫째였다가 꼴찌가 되고 꼴찌였다가 첫째가 되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마태오 19,30) 4 southern cross 2013.12.02 1317
6684 겨울이왔다-(빠삐따) 홧팅! 위하여! 2 fm 2013.12.02 1447
6683 우리가 할 수 있는것과 우리가 할 수 없는것의 성경적 의미를 생각함 6 fallbaram 2013.12.02 1254
6682 차라리 그 때 죽을 것을...... 16 유재춘 2013.12.01 1303
6681 주변 효과. 4 백근철 2013.12.01 1538
6680 칼의 선물 file 김균 2013.12.01 1663
6679 달수님에게 11 fallbaram 2013.12.01 1209
6678 나도 예전엔 2 김균 2013.12.01 1361
6677 한국에서 빨갱이가 되는 법, 교회에서 쫓겨나는 법 13 아기자기 2013.12.01 1636
6676 미주 교우 주소록 유감 2 아기자기 2013.12.01 1497
6675 출교 좀 시켜 주라 김균 2013.12.01 1388
6674 달수 님의 글 하나 삭제했습니다. 남은 글 제목 수정 바랍니다. 2 김원일 2013.12.01 1387
6673 KKK 님의 댓글 삭제했습니다. 김원일 2013.12.01 1445
6672 내가 죽도록 아주 싫어하는 재림교회 목사들--하나님 앞에 올리는 글(2) 3 달수 2013.12.01 1410
6671 내일 안교교사를 위한 조언=조사심판이 어떻게 교리가 됐을까? 12 김균 2013.11.29 1474
6670 내일 안교교사를 위한 조언=1844와 성소문제 3 김균 2013.11.29 1251
6669 오바마와 맞짱뜬 용감한 미주 한인 미서류체류자 청년 6 김원일 2013.11.29 1513
6668 KKK 님에게 드리는 부탁: 필명 바꾸어주시기 바랍니다. 24시간 드리겠습니다. 김원일 2013.11.29 1561
6667 Daum에서 유재춘을 검색해봐 6 유재춘 2013.11.28 1549
6666 영화,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를 보고. 7 백근철 2013.11.28 1287
6665 Happy Thanksgiving! file 1.5세 2013.11.28 1347
6664 [평화의 연찬 제90회 : 2013년 11월 30일(토)] ‘재림교회는 남북간 평화교류에 어떻게 해야 하는가?’ 김영미집사 (신촌학원교회) cpckorea 2013.11.28 1167
6663 한번 읽어 보세요.(펌) 1 박희관 2013.11.28 1670
» 우리도 우리 조상님 제사 좀 드리자, 우리 식대로. 김원일 2013.11.27 1227
6661 카톨릭대 김유정신부. 4 신부님 2013.11.27 1313
6660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 3 목요클럽 2013.11.27 1618
6659 거꾸로 가는 시계 무실 2013.11.27 1432
6658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펌) 버드나무 2013.11.27 1293
6657 인사동 골목 입구에서 ... 2 인사동 2013.11.27 1314
6656 2300 주야에 관한 생각 7 fallbaram 2013.11.27 1423
6655 교황 만세! 우리 테드는 쪼다. 8 김원일 2013.11.26 1450
6654 선량한 방관자. 선량한방관자 2013.11.26 1555
6653 인사동 골목길을 구비구비 돌아서 7 김주영 2013.11.26 1365
6652 박정희 여식에게.... 2 노처녀박양 2013.11.26 1264
6651 조사심판과 지성소의 알현(펌) 버드나무 2013.11.26 1077
6650 장백산님께 1 구도자 2013.11.26 1302
6649 색동옷(4)-새 이름 이스라엘 4 열두지파 2013.11.26 1136
6648 졸지 말아라 속지 말아라 9 버드나무 2013.11.26 1209
6647 진리의 기둥들이 공격을 받을 것이다. 1 버드나무 2013.11.26 1422
6646 참으로 대책 없고 희망 없는 카톨릭 4 김주영 2013.11.26 1396
6645 천주교 시국미사에 관해 궁금한게 있습니다. 2 초보자 2013.11.25 1494
6644 빨리 준비하자 시간이 없다. 6 버드나무 2013.11.25 1149
6643 문제가 없었습니다 환영이 2013.11.25 1311
6642 노처녀 박양에게.... 7 노처녀박양 2013.11.25 1295
6641 요즘 생각들 7 김균 2013.11.25 1428
6640 반인반신과 반일반한 1 김균 2013.11.25 1127
6639 종말론과 감사론의 차이점.. 6 김 성 진 2013.11.25 1259
6638 그렇다면 나는 여성이 아닌가요? - Sojourner Truth 8 아기자기 2013.11.24 1358
6637 문제는 성경책이었다 !! 16 김주영 2013.11.24 1506
6636 나꼼수’ 김용민, 이번에는 ‘장물애비 따님’ 막말… “재미 좀 보셨나?” 1 대한민국 2013.11.24 1149
Board Pagination Prev 1 ... 125 126 127 128 129 130 131 132 133 134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