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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30 23:30

색동옷(8)-족장의 길

조회 수 1166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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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없는 생존은 없었다. 큰형의 난봉 일탈에 아버지는 여지없이 폐부를 찔리셨다. 아버지의 반응은 달관한 사람과 같았다. 표정 없는 늙은 말의 지혜처럼 모든 감정을 감추시고 태연자약하셨다. 심각한 상황은 불거졌지만 우리는 아무런 봉합 없이 다시 여장을 꾸려야 했다. 어머니의 죽음과 돌발변수들은  나를 성장시키고 있었다. 유약했던 나를 단련시키며 내성과 면역은 차곡차곡 다져지고 있었다.

 

 세겜을 떠나온 후 우리의 매일매일은 긴장과 돌발의 연속이었다. 아버지는 감내하기 쉽지 않은 우환을 겪으며 무리를 이끌었다. 물고기 떼들의 귀소처럼 우리는 대오를 이루어 남쪽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었다. 갈 곳은 정해져 있었다. 아버지의 고향, 가문의 영지 브엘세바였다. 아버지는 꿋꿋하셨고 초연하셨다. 아버지의 노회함과 객기는 이제 잘 드러나지 않았다. 후덕한 덕장의 모습이 아버지에게서 힐긋힐긋 엿보이고 있었다.

 

모래바람에 맞서가며 우리의 대오는 마지막 분발을 하였다. 오랜 여행의 말미에 와있었다. 헤브론을 지척에 두고 아버지의 간절함은 더하여졌다. 회오와 감격이 아버지의 얼굴에서 교차되고 있었다. 아버지의 벅찬 감격의 일성은 실성한 자들의 중얼거림과 차이가 없었다. 천리타향 30년을 뒤로 하고 할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가는 우리 아버지였다. 아버지의 감개무량은 고향!, 아버지!, 어머니!”의 외마디 탄성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새벽부터 진종일을 보낸 후에야 헤브론의 초입에 들어섰다. 헤브론은 큰 규모의 성읍이었고 너른 포도밭이 넘실대고 있었다. 우리는 길가의 포도밭에서 허기를 채우었다. 단부터 브엘세바까지의 자자한 명성처럼 고당도의 헤브론 포도였다. 길가의 포도는 거의 과객들의 차지였다. 휑한 가상이 포도나무는 많은 자들의 왕래를 나타내고 있었다.

 

헤브론은 고도에 위치한 성읍이었다. 그곳의 여염집들은 대충 지어진 집들이 아니었다. 튼튼한 제목에 멋을 살린 문화가옥들이었다. 대개의 집들에서 고즈넉한 기풍이 풍겨지고 있었다. 민가에 접어들자 토착민들이 우리의 대오를 구경하기 위해서 모여들었다. 그들의 수군댐에서 족장의 길이란 말이 들려나오고 있었다. 방언은 아버지가 구사하는 익숙한 가나안 방언이었다. 저들은 족장의 길을 그 후손들이 지나가고 있다고 수군대었다.

 

조상들이 오고간 세겜에서 브엘세바로 이어진 길이 족장의 길로 불려진다는 것을 그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원주민들은 유순하고 우리 가문을 잘 아는 족속들이었다. 그들은 우리 행렬 앞으로 마실 물을 가져왔다. 가져온 양동이 물로는 턱도 안 되자 아예 우리를 그들의 우물가로 안내하였다. 사람과 동물 모두 넉넉히 물을 마셨다. 행렬이 앞으로 더 향하자 드디어 아버지의 염원, 브엘세바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때는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다.

 

멀리서 낙타와 말을 탄 무리들이 우리를 향하여 오고 있었다. 아버지는 큰 아버지 수하 사람들이라고 일러주었다.

어렸을 때 얼핏 보았던 큰 아버지 일행이었다. 병기로 무장한 무리들은 아버지와 우리 일행을 정중히 맞이하였다.

그 뒤로 큰 아버지를 에워싼 채로 일단의 무리들이 속력을 내어 달려오고 있었다. 큰아버지의 용모는 범상치가 않았다.  풍채 당당한 장골이었고 털보에 숫기 작열하는 상남자였다. 철들어 처음 보는 큰 아버지의 용체였다.

 

감출 수 없는 큰 아버지의 강골적인 포스는 기질 그대로 발산되고 있었다. 거구에 가히 두령의 풍모였고 가신들 하나같이 기골이 장대한 용사들이었다. 에서 큰 아버지는 어린 시절 보았던 결기로 가득했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 그때와는 완연히 다른 온건한 표정으로 우리를 대하고 있었다. 구경나온 토착민들은 크게 두려워하며 큰 아버지를 부복으로 맞이하였다.

 

잔등에 탄 채로 아버지 형제의 긴 허그가 이어졌다. 흘러내리는 형제의 범벅 눈물은 땅위에서 뒤엉키며 합쳐지고 있었다. 일백세를 훌쩍 넘긴 쌍둥이 형제의 사연 많은 상봉이었다. 화해를 다시 확인하는 진한 해후가 끝나자 양 진영은 모두 이삭 할아버지의 집으로 향하였다. 아버지 형제의 대화는 이어졌다. 파란만장한 수십 년을 쏟아놓는 두 용장의 애증의 회포가 어두운 저녁 공기를 가르고 있었다.

  • ?
    박희관 2014.01.31 13:56

    잘 읽었 습니다.^^

    읽을때 글자가 3디 영화가 되어 장면 하나 하나가 눈앞에 비쳐 옵니다..

    묘사된 인물들의 생김을 옆에서 지켜 보는것 같네요.

    어찌보면 묘사된 에서의 모습이 나에게는 삼국지 영화속의 장비의 이미지로 투영 됩니다.

    멋있는 남자 에서 .!!

    터프가이의 상징 이죠.!!

    하나님이 이런 화끈한 에서 보다 도 꾀돌리 인 야곱을 더 이뻐 한것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것라고

    믿어야 되겠죠.~~

  • ?
    열두지파 2014.02.01 01:06

    겨우겨우 가고있는데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의 통념은 에서의 호방함을 남성상의 우위로 봅니다. 족장으로 부상하는 에서상이 시대를 불문하고 야성 마초들의 롤모델이겠지요. 야곱과 에서는 문과무의 양상으로 보입니다. 동적인 무와 정적인 문, 세상의 생존방식을 결정짓는 두 줄기가 흘러왔지요. 무의 득세보다는 결국 두뇌로 사는 사람이 지배자의 위치로 서게 됩니다. 그 ‘지배자의 어떠함’이 우리 세상의 큰 철학이라 여겨집니다.

    야곱은 내면으로 들어갔고 에서는 밖을 쫓았지요. 야곱은 출생 시부터 가치순위에서 앞서 나갑니다. 지렁이 같은 야곱이었지요. 그 추적한 삶의 위대함을 읽어내는 것이 수련이고 공부로 여깁니다. 야곱이 위대하게 보일 때 비로소 우리가 철들은 증거이겠지요.

    에서의 이해는 이민족으로 가는 ‘마지막 계보’로서의 주목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에서 이후 완연한 경계를 짓고 이방인 개념이 들어서지요. 롯과 이스마엘, 에서로 이어지는, 비켜가는  삶에 초점을 두는 것이 신앙 지혜로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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