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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1 16:58

색동옷(10)-가풍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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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후 무드는 다음날까지 이어지고 들뜬 분위기도 계속되었다. 눈을 뜨자 우리 형제는 에서 큰 아버지 앞으로 인도되었다. 큰 아버지에게는 3명의 어머니와 5명의 형들이 있었다. 형들은 형이라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로 나이들이 많았다. 큰집 형들은 다 아버지의 느낌이었다. 형 중에는 장가들어 아이를 가진 형들도 있었고 우리 어머니들보다 훨씬 다 연상이었다.

 

큰 집 형들은 우리 형제들을 반겨주었다. 큰 집과 우리 집은 달랐다. 달라도 많이 달랐고 가문의 동질감은 별로 없었다. 의복과 풍모가 달랐고 말의 톤과 어법 자체가 확연히 달랐다. 큰집 형들은 협객이었다. 의복과 장신구들은 다 짐승의 가죽이었다. 큰집 진영에는 짐승의 가죽이 넘쳐흘렀다. 신발과 모자와 작은 것 하나까지도 희귀한 가죽을 사용하였다. 하나같이 칼을 찼으며 졸개 가신들도 장군 같아 보였다.

 

그들은 강한 자들이었다. 세상의 강한 자들이 다 함께 뭉친 것 같아 보였고 그 중에 지존은 단연 에서, 큰 아버지였다. 큰 아버지는 호방하였고 거침이 없는 사람 같았다. 지역의 유수한 검객들은 거의 다 큰 아버지 휘하에 모여 있었다. 숫기 작렬하는 큰집 형들에 비하면 시므온형과 레위형은 범생이고 애송이였다. 큰집의 식구들은 우리와 종자가 다른 이색인종같이 여겨졌다. 큰집 식구들은 도회풍이었고 진보적이었다.

 

큰집 식구들과 우리 집안은 비교가 되고 있었다. 아버지는 촌로였고 우리 형제들은 다 촌놈이었다. 우리 집의 제일 강한 자가 큰집의 제일 약한 자와 같았다. 큰집 형들의 범털 풍모에 비해 우리 형제들의 행색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우리 형제들은 한 없이 작아져 있었다. 대범하게 큰물에서 노는 큰집 형들을 흠모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들도 우열로 비교되고 있었다. 우리 집 어머니들은 나이에서부터 월등히 어렸다. 큰집의 어머니들은 중후한 분위기의 중년들이었다. 우리를 맞이하기 위해 유독 매무새에 신경을 많이 쓴 차림이었다. 옷은 새것이었고 고급 가죽이었다. 얼굴과 머리에 온갖 치장이 치렁치렁 달려있었다. 큰집 어머니들은 글래머한 외모에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다정다감은 없었고 얼굴생김에서부터 이방의 분위기를 풍겼다.

 

짙게 화장한 눈들은 원형을 몰라볼 정도로 까만 화장이 되어있었다. 큰집 어머니들은 저마다 애장품으로 동으로 만든 거울을 소유하고 있었다. 습관적으로 그 거울을 꺼내어 얼굴을 들여다보며 자기의 미를 확인하고 있었다. 나도 처음 보는 컬러풀한 화장술이었고 엄마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집 엄마들은 늘 민낯에 햇볕에 그을린 까아만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외양은 촌닭이었지만 더 없이 건강한 피부에 경쾌하고 탄력 있는 보행감을 가진 어머니들이었다. 궁벽한 산 속에서 자라며 야성의 건강미를 소유한 우리 어머니들이 도회문화에 넋을 뺏기고 있었다. 큰 방뎅이로 어적대며 걷는 비만의 큰 어머니들을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들은 자괴감을 덜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형들은 알아서 설설 기고 어머니들은 사서 호들갑과 오두방정을 떨고 있었다.

 

아버지는 이색적인 조우를 주시했으나 아버지도 조신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아버지에게는 감출 수 없는 낭중지추의 기운이 풍기고 있었다. 아버지는 어리숙하게 보였지만 이지적이었다. 아버지는 필요한 만큼만 몸을 낮추었다. 낮은 자세 속에 매의 눈이 웅크리고 있었다.

 

아버지를 제대로 읽어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아버지의 정신과 교감하는 사람도 어느 한 사람 없었다. 큰 집의 위세에 모두가 무너져 내렸다. 호기심과 경탄은 있었지만 집안의 자존심은 없었다. 알량한 가풍은 도회의 이색문화에 여지없이 붕괴되고 있었다.

 

아침에 보는 진영은 새로웠다. 집들과 토지의 구획정리가 잘 되어있었고 관개시설도 우수하였다. 집들도 번듯하였고 명문가의 기상이 전 타운을 압도하고 있었다. 우리 형제들은 폐족같이 떠돌다 하루아침에 명가재건을 이룬 양 기세가 양양하였다. 가옥은 줄잡아 기백여가 되었고 축사의 규모도 단지를 이루고 있었다.

 

푸주간도 보이고 방앗간도 보였지만 눈에 띠는 것은 우물이었다. 아브라함 할아버지의 유산으로 내려오는 우리 집 우물이었다. 진영은 할아버지 가솔들과 큰 아버지 진영으로 이원화가 되어 있었다. 큰 아버지 진영은 증조부 때부터 집에서 길리운 검사들과 그 후손들을 편입시켜 놓고 있었다. 그 외에 약간의 집사들과 목부들이 성원을 이루고 있었다.

 

그에 비해 할아버지 쪽은 칼과 상관없는 담백한 토종들이었다. 별 특징 없는 범부들로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숫기는 빈약해 보였으나 한 결 같이 부지런하고 신실한 인상들이었다. 신앙정도가 두 진영을 가루었음을 단박에 느껴지고 있었다. 닭들은 이미 울어대었고 이제 양과 소가 울어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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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관. 2014.02.13 13:49
    잘 읽었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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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두지파 2014.02.13 20:32

    많은 것을 배워가며 가고 있습니다. 저 자신에게도 유익하고 큰 공부가 됩니다. 글감각을 확인하는 시험장이 되리라 여깁니다. 저도 탄력 받으면 가을님처럼 전업으로 나서든가 아님 교주^^로 나서야 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염라대왕 납시는 것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박차고 나설 것인가 아님 얌전히 살 것인가가 판가름 나리라 봅니다.

    교파 하나 만들면 열혈독자 박님은 무조건 음악감독입니다. 쾅쾅.^^ 저도 깊은 쇳소리 공명,  엄청 좋아합니다. 설교와 예배도 원초적 방식을 흠모하지만 윈드소리가 길 잃은 인간의 심성에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영혼을 깨우는 선율, 그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더 분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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