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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5 20:39

우리 시대의 거인

조회 수 1490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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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채현국이라는 거인이 있다는 것에 희망이 있고 감동을 느껴서 한겨레에서 퍼왔습니다.

 

며칠씩 신문을 보기 싫을 때가 있다. 상쾌한 표정으로 조간신문을 펼쳐 드는 건 신문사 광고에나 나오는 장면이다.

신문을 펼치는 게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만큼 불길한 나날들, 불빛도 없이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어른을 만나고 싶었다. 채현국 선생을 만나면 어른에 대한 갈증이 조금 해소될 수 있을까.

격동의 시대에 휘둘리지 않고 세속의 욕망에 영혼을 팔지 않은 어른이라면 따끔한 회초리든

날 선 질책이든 달게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채현국 선생에 대한 기록은 변변한 게 없다. 출생연도 미상. 대구 사람.

서울대 철학과 졸. 부친인 채기엽과 함께 강원도 삼척시 도계에서 흥국탄광을 운영하며

한때 개인소득세 납부액이 전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거부였던 그는 유신 시절

쫓기고 핍박받는 민주화 인사들의 마지막 보루였다. 언론인 임재경의 회고에 따르면 채현국은

<창작과 비평>의 운영비가 바닥날 때마다 뒤를 봐준 후원자였으며 셋방살이하는 해직기자들에게

집을 사준 파격의 인간이다. 김지하, 황석영, 고은 등 유신 시절 수배자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여러 민주화운동 단체에 자금을 댄 익명의 운동가, 지금은 경남 양산에서 개운중, 효암고를

운영하는 학원 이사장이지만 대개는 작업복 차림으로 학교 정원일이나 하고 있어 학생들도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고 했다. 한사코 인터뷰를 거부하던 채현국 선생을 지난 1223

조계사 찻집에서 어렵사리 대면했다. 검은 베레모에 수수한 옷차림, 등에 멘 배낭은 책이 가득 들어 묵직했다.

노구의 채현국은 우리 일행에게 허리를 굽혀 절을 하고 깍듯이 존대를 했다.

 

독지가라 쓰지 말라는 인터뷰 조건

 

-왜 그렇게 인터뷰를 마다하시나?

내가 탄광을 한 사람인데. 사람들이 많이 다치고 죽었다. 난 칭찬받는 일이나 이름나는 일에 끼면 안 된다.”

 

-탄광사고는 다른 탄광도 마찬가지 아니었나?

그게 결국은 내 책임이지. 자연재해도 아니고.”

흥국탄광이 설립된 것이 1953. 열일곱 살 때부터 채현국은 서울에서 연탄공장을 하며

부친의 일을 돕기 시작했고 10여 년 후부터는 본격적으로 도계에 내려가 73년까지 회사를 운영했다.

 

-젊어서는 큰 기업가였고 현재 학원 이사장인데, 어르신 70 평생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다.

평전이나 자전에세이 같은 것도 없고.

절대 쓰지 않을 거다. 주변 사람들한테도 부탁했다. 쓰다 보면 좋게 쓸 거 아닌가.

그거 뻔뻔한 일이다. 난 칭찬받으면 안 되는 사람이다.”

 

-죄송하지만 연세도 잘 모르겠다. 몇 년도 생이신가?

호적에는 1937년생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35년생이다. 올해 일흔아홉.”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이 쓴 글에 보면 채현국은 거리의 철학자, 당대의 기인, 살아있는 천상병이라는 대목이 있다.

하하하거지란 소리지.”

 

-어쨌든 주류 모범생은 아니신 듯하다.(웃음)

근데 시험을 잘 치니까 내가 모범생으로 취급되고. ‘저러다 언젠간 출세할 거야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10여 년 전부터 내게 성을 내는 친구들이 있다. ‘이 새끼, 출세하고 권력 가질 줄 알았는데 속았다.(웃음)”

 

-출세는 안 하신 건가, 못 하신 건가?

권력하고 돈이란 게 다 마약이라. 지식도 마찬가지고. 지식이 많으면 돈하고 권력을 만들어 내니까.”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었다. 채현국 선생과의 인터뷰는 긴 실랑이 끝에 몇 가지 약속을 전제로 성사되었다.

절대로 자선사업가, 독지가라는 표현을 쓰지 않을 것” “미화하지 말 것” “누구를 도왔다는 얘기는 하지 말 것.”

 

-도움 받은 사람들이 있는데 왜 도운 사실을 숨기나?

난 도운 적 없다. 도움이란, 남의 일을 할 때 쓰는 말이지. 난 내 몫의, 내 일을 한 거다.

누가 내 도움을 받았다고 말하는지는 몰라도 나까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될 일이다.”

 

-왜 안 되나?

그게 내가 썩는 길이다. 내 일인데 자기 일 아닌 걸 남 위해 했다고 하면, 위선이 된다.”

 

-한때 소득세 10위 안에 드는 거부였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어떠신가?

난 여섯번 부자 되고 일곱번 거지 된 사람이다. 지금은 일곱번짼데 돈 없는 부자다.(웃음)

돈은 없지만 학교 이사장이니까. 개인적으론 가진 거 없다. 보증 불이행으로 지금도 신용불량자다.”

 

-탄광업에선 완전히 손 떼셨나?

“73년도에 탄광 정리해서 종업원들한테 다 분배하고 내가 가진 건 없다.”

 

-어떻게 분배를 했나?

광부들한테 장학금 주기 시작해서 그 자식들 장학금 주다가 병원 차려서 무료 진료하다가

마지막에 손 털 때는 광부들이 이후 10년씩 더 일한다 치고 미리 퇴직금을 앞당겨 계산해서 나눠줬다.”

 

-73년이면 오일쇼크로 탄광업이 황금알 낳는 거위였을 텐데 왜 기업을 정리했나?

경기 좋을 때였다. 근데 72년도에 국회 해산되고 유신 선포되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곤 이제 더 이상 탄광 할 이유가 없겠다고 결론 내렸다. 내가 정치인은 아니지만

군사독재 무너뜨리고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을 해왔는데.”

 

-그럴수록 돈을 벌어서 민주화운동을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사업을 해보니까돈 버는 게 정말 위험한 일이더라.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돈 쓰는 재미보다

몇천배 강한 게 돈 버는 재미. 돈 버는 일을 하다 보면 어떻게 하면 돈이 더 벌릴지 자꾸 보인다.

그 매력이 어찌나 강한지, 아무도 거기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어떤 이유로든 사업을 하게 되면

자꾸 끌려드는 거지. 정의고 나발이고, 삶의 목적도 다 부수적이 된다.”

 

-중독이 되는 건가?

중독이라고 하면, 나쁜 거라는 의식이라도 있지. 이건 중독도 아니고 그냥 신앙이 된다.

돈 버는 게 신앙이 되고 권력이, 명예가 신앙이 된다. 그래서 , 나로서는 더 이상 깜냥이 안 되니,

더 휘말리기 전에 그만둬야지생각했다.”

 

-부친이신 채기엽 선생도 중국에서 크게 사업을 일으켜 독립운동가들에게 재정적 도움을 주신 걸로 알고 있다.

큰돈을 만지면서 돈에 초연하기는 부친한테서 배우신 건가?

우리 아버님도 일제 치하 왜곡된 시대에 살았기 때문에 성공 자체를 그리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으신다.

부끄러운 시절에 잘산 것이 자랑일 수 없다는 걸 잘 아는 사람이다. 아버지가 과거 얘기를 나한테

하신 적이 없어서, 내가 아는 것도 다 남한테 드문드문 들은 거다.”

 

대구 부농의 독자였던 부친 채기엽은 교남학원 1기 졸업생으로 시인 이상화 집안과 교분이 깊었다.

이상화의 백형인 이상정 장군이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걸 알고 상하이(상해)로 갔으나 만나지 못하고

중국에 잔류해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트럭운송업, 제사공장, 위스키공장을 하며 손대는 일마다 크게 성공했다.

독립운동가들을 먹이고 재우고 돈 대준 대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도 46년 귀국할 때는 빈손이었다.

 

장의사적인 인간과 산파적인 인간

 

-일제하 지식인 중에 사회주의에 경도된 사람이 많았는데 아버님은 어떠셨나?

아주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사상이나 이념 그런 거에 구애받지 않고 사람을 좋아하셨다.

아버님도 나도, 지식이나 사상은 믿지 않는다.”

 

-서울대 철학과까지 나오신 분이 지식을 안 믿는다니?

지식을 가지면 잘못된 옳은 소리를 하기가 쉽다. 사람들은 잘못 알고 있는 것만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하는데

확실하게 아는 것도 고정관념이다. 세상에 정답이란 건 없다. 한 가지 문제에는 무수한 해답이 있을 뿐,

평생 그 해답을 찾기도 힘든데, 나만 옳고 나머지는 다 틀린 정답이라니. 이건 군사독재가 만든 악습이다.

박정희 이전엔 정답이란 말을 안 썼다. 모든 옳다는 소리에는 반드시 잘못이 있다.”

 

-반드시?

반드시! 햇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듯이, 옳은 소리에는 반드시 오류가 있는 법이다.”

부친이 큰 사업가였지만 채현국은 부잣집 도련님으로 자라지 못했다. 사업은 부침이 심했고,

부친의 종적이 묘연할 때 어머니가 삯바느질로 가계를 꾸린 적도 적지 않았다. 위로 형이 한 분 계셨는데

휴전되던 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서울대 상대 4학년이던 형은 유서도 남기지 않았다.

이제 우린 영구분단이다. 잘 살아라한마디뿐이었다.

형의 죽음으로 채현국은 열일곱 살에 집안의 11대 독자가 되었다.

 

-서울대에 입학해서 연극반 활동을 하셨다고 들었다.

한 게 아니라 만든 거다. 그때 이순재가 철학과 3학년이고 내가 1학년이었는데 순재더러

우리 연극반 하나 만들래?’ 해서.”

 

-이순재씨가 선배라면서 왜 반말을 쓰시나?

나이로는 순재가 나보다 한 살 많은데. 내가 중학 때부터 후배한테는 예대(禮待)하고

선배한테는 반말했다. 나랑 친구 할래, 선배 할래? 물어보고 친구 한다고 하면 반말로.

후배한테 반말하는 건 왜놈 습관이라, 그게 싫어서 난 후배한테 반말하지 않는다.”

 

-원래 조선 풍습은 후배한테 반말 안 쓰는 건가?

퇴계는 26살 어린 기대승이랑 논쟁 벌이면서도 반말 안 했다. 형제끼리도 아우한테 ‘~허게를 쓰지,

, 하면서 반말은 쓰지 않았다. 하대(下待)는 일본 사람 습관이다.”

 

도계에서 흥국탄광 운영하는

거부였지만 유신 시절 쫓기던

양심세력의 마지막 보루였던

파격, 파격, 파격, 파격의 인간

 

세상에 정답이란 건 없다

무수한 해답이 있을 뿐

모든 건 이기면 썩는다

아비들도 처음부터 썩진 않았지

노인세대를 절대 봐주지 마라

 

-어쨌든 사업하는 집안 자제로 일류대까지 갔는데 왜 연극을 할 생각을 했나?

교육의 가장 대중적인 형태가 연극이라고 생각했다. 글자를 몰라도 지식이 없어도,

감정적인 형태로 전달이 되고. 지금도 난, 요즘 청년들이 한류, 케이팝 하는 거

엄청난 대중혁명이라고 본다. 시시한 일상, 찰나찰나가 예술로 승화되고멋진 일이다.”

대학 졸업 후 채현국이 선택한 직업은 중앙방송(KBS의 전신) 공채 1기 연출직이었다.

그러나 입사 석달 만에, 박정희를 우상화하는 드라마를 만들라는 지시에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다.

마침 흥국탄광도 부도 위기였다.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 360%의 사채를 쓰며 겨우 위기를 막고,

이후 10여 년간 사업에만 전념했다.

 

-그렇게 고생해서 일군 사업인데, 아깝지 않나?

아깝지 않다.”

 

-기업을 제대로 키워서 돈을 벌어 좋은 일에 쓰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거 전부 거짓말이다. 꼭 돈을 벌어야 좋은 일 하나? 그건 핑계지. 돈을 가지려면 그걸 가지기 위해

그만큼 한 짓이 있다. 남 줄 거 덜 주고 돈 모으는 것 아닌가.”

 

-기업가가 자기 개인재산을 출연해서 공익재단을 만드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흥분한 어조로) 자기 개인 재산이란 게 어딨나? 다 이 세상 거지. 공산당 얘기가 아니다.

재산은 세상 것이다. 이 세상 것을 내가 잠시 맡아서 잘한 것뿐이다. 그럼 세상에 나눠야 해.

그건 자식한테 물려줄 게 아니다. 애초부터 내 것이 아닌데, 재단은 무슨. 더 잘 쓰는 사람한테 그냥 주면 된다.”

 

-그렇게 두루 사회운동가들에게 나눠주셨지만 개중에는 과거 경력을 입신과 출세의 발판으로 삼거나

아예 돌아서서 배신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돈이란 게 마술이니까이게 사람에게 힘이 될지 해코지가 될지, 사람을 회전시키고 굴복시키고

게으르게 하는 건 아닐지 늘 두려웠다. 그러나 사람이란원래 그런 거다. 비겁한 게 예사.

흔히 있는, 보통의 일이다. 감옥을 가는 것도 예사롭게, 사람이 비겁해지는 것도 예사롭게 받아들여야 한다.”

 

-서운하거나 원망스러운 적 없으신가?

모든 건 이기면 썩는다. 예외는 없다. 돈이나 권력은 마술 같아서, 아무리 작은 거라도 자기가 휘두르기

시작하면 썩는다. 아비들이 처음부터 썩은 놈은 아니었어, 그놈도 예전엔 아들이었는데 아비 되고 난 다음에 썩는다고.”

 

-보통 선생 연배에 이른 분들을 뵈면, 4·19에 열렬히 참여하고 독재에 반대했던 분들이 나이 들며

급격히 보수화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의제든 종북이냐 아니냐로 색칠을 해서 다른 모든 가치에 우선시하는데,

이런 세대갈등은 어떻게 풀어야 하나?

세상엔 장의사적인 직업과 산파적인 직업이 있다. 갈등이 필요한 세력, 모순이 있어야만 사는 세력이

장의사적인 직업인데, 판사 검사 변호사들은 범죄가 있어야 먹고살고 남의 불행이 있어야 성립하는

직업들 아닌가. 그중에 제일 고약한 게, 갈등이 있어야 설 자리가 생기는 정치가들이다.

이념이고 뭐고 중요하지 않다. 남의 사이가 나빠져야만 말발 서고 화목하면 못 견디는.

난 그걸 장의사적인 직업이라고 한다.”

 

깨진 돌에 쓰인 쓴맛이 사는 맛

 

-그럼 산파적인 직업은 뭔가?

시시하게 사는 사람들, 월급 적게 받고 이웃하고 행복하게 살려는 사람들. 장의사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실제 장의사는 산파적인 사람들인데. 여하튼 갈등을 먹고 사는 장의사적인 사람들이 이런 노인네들을

갈등 속에 불러들여서 이용하는 거다. 아무리 젊어서 날렸어도 늙고 정신력 약해지면 심심한 노인네에

지나지 않는다. 심심한 노인네들을 뭐 힘이라도 있는 것처럼 꾸며 가지고 이용하는 거다.

우리가 원래 좀 부실했는 데다가부실할 수밖에 없지, 교육받거나 살아온 꼬라지가.

비겁해야만 목숨을 지킬 수 있었고 야비하게 남의 사정 안 돌봐야만 편하게 살았는데. 이 부실한 사람들,

늙어서 정신력도 시원찮은 이들을 갈등 속에 집어넣으니 저 꼴이 나는 거다.”

 

-젊은 친구들한테 한 말씀 해 달라. 노인세대를 어떻게 봐달라고.

봐주지 마라.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걸 잘 봐두어라. 너희들이 저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까딱하면 모두 저 꼴 되니 봐주면 안 된다.”

 

-요즘 청년들이 안녕들 하십니까대자보를 이어가고 있다. 어떻게 보시나?

아주 고마워! 젊은 사람들 그렇게 하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그렇게라도 살아 있어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날조 조작하는 이 언론판에 조종당하지 않고 그렇게 터져 나오니 참 고마워.

역시 젊은 놈들이 믿을 만하구나. 암만 늙은이들이 잘못해도 그 덕에 사는구나 하고.”

 

-정약용 같은 사람은 죽기 훨씬 전에 자기 비문을 썼다는데, 만일 그런 식으로 선생의

비문을 스스로 쓴다면 뭐라고 하고 싶으신가?

우리 학교에 가면 쓴맛이 사는 맛이라고 돌멩이에 쓰여 있다. 원래 교명을 쓰려고 가져왔는데

한 귀퉁이가 깨져 있었다. 깨진 돌에 교명 쓰는 게 안 좋아서 무슨 다른 말 한마디를 새겨볼까 하다가

그 말이 생각났다. 학생들한테 이거 어떠냐?’ 물었더니 반응이 괜찮더라. 비관론으로 오해하는 놈도 없고.”

 

-그 말이 비관론이 아닌가?

아니지. 적극적인 긍정론이지. 쓴맛조차도 사는 맛인데. 오히려 인생이 쓸 때 거기서 삶이 깊어지니까.

그게 다 사람 사는 맛 아닌가.”

 

-그럼 비문에 쓴맛이 사는 맛이다이렇게?

그렇게만 하면 나더러 위선자라고 할 테니 뒤에 덧붙여야지. ‘그래도 단맛이 달더라하고.(웃음)”

 

-“쓴맛이 사는 맛이다그래도 단맛이 달더라.” 뭐가 인생의 단맛이던가?

사람들과 좋은 마음으로 같이 바라고 그런 마음이 서로 통할 때. 그땐 참 달다.(웃음)”

 

당분간은 쓴맛도 견딜 만할 것 같다. 선생과 함께한 시간이 내겐 꿀맛이었다.

 

녹취 김혜영(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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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청년 2014.01.08 01:16

    한겨레에서 이 기사를 보고 Minchosda에 공유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이미 다른분께서 올리셨네요.
    돈, 권력, 지식 등을 쫓아서 사는 인생에 대한 경고 같은 내용을 보며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이 하신 말씀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직 어리고 철이 없어서 인지 모르지만, 이런 삶을 현실에서 사는것이 정말 가능한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큰 돈을 버는게 꼭 목표가 아니더라도, 일반 직장 다니며 직장에서 무능하다는 소리 안듣고 남들보다 많이 못 살지는 않는 보통의 삶만 살려고 해도 일중독자가 되어버리고 마는 이 사회에서 자선사업 하며(꼭 거창하게 자선사업까진 아니더라도 이웃과 나누며) 사는 인생은 대부분 사람에게 힘든 것이라 생각합니다. 샐러리맨들은 절대로 남을 도울 수 있는 입장에 있지 않지요. 시간도 없고, 경제적으로 여유도 없고, 그러다 보니 마음에도 여유가 없고... 자신의 입지도 보장을 못하는 신분인걸요? 회사에서 능력없다는 평가를 받지 않으려, 잉여인간이 되는 것만 피하려 해도 쉽지 않은 삶인데요? 채 선생님은 돈 벌지 않아도 좋은 일 할 수 있다 하셨는데, 그 좋은 일이라는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지는 채 선생님께 여쭤봐야 하겠으나, 생업전선에서 일하면서 가족 부양하느라 시간적, 금전적, 체력적으로 그 어느것으로도 여유가 없는 대부분의 샐러리 맨들에게 채 선생님의 철학은 거리가 먼 다른 세상의 이야기로 들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너무 아름답고 감동적이나 현실에 있을 것 같지 않은) 

    그러면 정답은 회사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이건 말이 안되죠. 일하지 않고는, 돈 벌지 않고는 살 수 없지 않습니까? 기업에 들어가지 않고 자기사업을 하는 건 자본이 필요하기에 아무나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직장에 막 들어가 일하는 사회초년병 같은 권력없고, 남들보다 탁월한 실력도 아직없는 사람은 사실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을 하기가 불가능하지 않는가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위가 높지 않거나, 탁월한 능력을 갖지 않은 사람에게 자신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도움을 청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가진 능력도 별로 없고, 사회적 지위도 낮은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제안하면, 그  제안을 받은 사람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않을까요? 좋은 뜻을 가졌다는 것 만으로는 살아남을 수도 없고, 그 뜻을 실현할 수 더더욱 없는 이 세상이기에, 능력을 갖추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 능력이라는 것의 다른 이름이 돈, 권력, 지식 등이라 생각하구요. 

  • ?
    Windwalker 2014.01.08 19:05

    교회청년님은 (제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20대 후반 밖에 되지 않았는데,
    생각이 깊은 것 같습니다. 제가 그 나이 때는 너무 잘 나가서
    이지李贄 (탁오卓吾) 선생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부끄럽게 아무런 생각이 없었습니다.

    채현국 선생이나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같은 이는 보통 사람들이 따라 하기 어려운 거인들입니다.
    해보겠다고 마음먹어 보아도 흉내내기조차 힘듭니다. 그러니 억지로 따라 할 생각을 하지 말고
    님이 할 수 있는 조그만 일부터 해 보십시오.

    저의 경우는 제 밥그릇을 온전히 남에게 줄 정도의 역량은 못되지만
    십시일반으로 한 숟가락은 항상 나누어 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양으로서의 꼭 10분의 1이 아니라 마음 씀씀이가 그렇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나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 또는 식당에 갔을 때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분들,
    심지어 길거리의 홈리스들에게도 일반적인 평균보다는 좀 더 나누어 주는 일들을 말합니다.

    그리고 돈이 없어도 사람들을 도울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겸손하게 그리고 긍정적으로 대하는 것입니다.
    특히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게 좀 더 신경을 써서 응대 해주는 것도
    좋은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손해본다고 미리 작정하면 그리 어렵지 않더군요.

    아무튼 작은 것부터, 전혀 표가 나지 않더라도 자신이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다보면
    이 사회의 훌륭한 구성원이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회청년님!
    님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서 계속 꿈꾸면 언젠가는 이루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용기를 가지십시오.

  • ?
    교회청년 2014.01.08 21:29
    Windwalker님, 답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을 읽고도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주신 답글 읽으면서 생각이 정리 되는 느낌입니다.
    해 주신 말씀, 늘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분들에게 더 친절하게, 겸손하게, 긍정적으로 대하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 좀 더 신경써서 대하라는 말씀 꼭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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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02 자랑스런 한국 예비역들.. 3 file 박희관 2014.01.20 1166
6901 Reorganization of SDA on 10/20024 3 a15557 2014.01.20 4388
6900 Rilke 님 참고 하세요.^^ 2 file 박희관 2014.01.19 1283
6899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8 김균 2014.01.17 1602
6898 여행 자문을 구합니다. 1 여행자 2014.01.17 1299
6897 [평화의 연찬 제97회 : 2014년 01월 18일(토)]‘하나님이 원하시는 세상’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4.01.16 1047
6896 Biblical Code (The John Code) 1 fallbaram 2014.01.16 964
6895 한국 재림교회는 노아방주 (박 명호)를 낳고 미국 재림교회는 David Koresh (다윗왕과 고레스왕의 합성) 를 낳고 16 fallbaram 2014.01.16 2329
6894 대학교 1학년생은 알지만, 재림교회는 알지 못하는 것 file 교회청년 2014.01.15 1350
6893 교주로 나갈 것이냐 아니면 소설을 쓸것이냐-그것이 고민이로다 16 fallbaram 2014.01.15 1578
6892 오직 사랑-우리도 이단인가 6 fallbaram 2014.01.14 1304
6891 [한겨레] 객관적 시각으로 본 그리스도교 2 hyeonamsa 2014.01.13 1256
6890 구속의 드라마 속에서 악역을 맡았던 이들에게 드리는 묵념 2 fallbaram 2014.01.13 1384
6889 율법과 은혜-여섯번째 생각 (모래위에 지은 집과 반석위에 지은 집) 1 fallbaram 2014.01.13 1429
6888 목회자 생일에 성도들이 돈 모아서 드리는 것 8 답답 2014.01.12 1403
6887 수술을 포기 할까요 ? 저 산넘어 2014.01.11 1151
6886 사랑의 아버지 (홍/광/의) 3 file 왈수 2014.01.10 1591
6885 하나님의 편애 3 southern cross 2014.01.10 1280
6884 김 균 장노님 7 fallbaram 2014.01.10 1413
6883 [평화의 연찬 제96회 : 2014년 01월 11일(토)] ‘일본인이 잘 사는 이유’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4.01.10 1313
6882 각 시대의 대쟁투-율법과 은혜 (제 5탄) 1 fallbaram 2014.01.10 973
6881 [문화/정치] . . 웃기는 로드맨(Dennis Rodman) 농구선수 . . Happy Birth Day to U - 김정은! 민초5 2014.01.09 1222
6880 난 이번 교과(2014년 1기 제자도) 때문에 날마다 한숨짓고 산다. 12 최종오 2014.01.09 1500
6879 각시대의 대쟁투-율법과 은혜 (제 4탄) 17 fallbaram 2014.01.09 1129
6878 이런 목사도 4 감동 2014.01.09 1235
6877 요즘 "뜨고" 있는 전직 안식일교회 목사 11 file 김주영 2014.01.08 1584
6876 축의금 만 삼천 원 2 1.5세 2014.01.08 1418
6875 이노래를 이렇게도 부룰수도 있읍니다. 조용한 이곳에 . 8 file 박희관 2014.01.08 1444
6874 이런 안식일교회도 있다 11 김주영 2014.01.08 1558
6873 나도 떠날까요? 10 fallbaram 2014.01.08 1281
6872 십자가 내 사랑 4 김균 2014.01.07 1167
6871 색동옷(7) - 목불인견 4 열두지파 2014.01.07 1136
6870 아기자기님, FALLBARAM 님 또 우리모두 건필하세요 7 justbecause 2014.01.07 1125
6869 위안부 소녀상 보호 서명 운동 6 1.5세 2014.01.07 1488
6868 Belated "Happy New Year!" 19 Rilke 2014.01.07 1319
6867 김대성 목사님, 정치인에서 신앙인으로… 13 마음이 찢어짐 2014.01.07 1804
6866 장백산님, 3일3야와 관련하여 5 왈수 2014.01.07 1082
6865 계시신학을 공부하시고, 신천지 이만희씨를 믿으세요. 2 왈수 2014.01.06 1319
6864 넋두리 . 11 박희관 2014.01.06 1148
6863 각 시대의 대쟁투-은혜와 율법 (제 3부) fallbaram 2014.01.06 950
6862 각 시대의 대쟁투-율법과 은혜 (제 2부) fallbaram 2014.01.06 963
6861 확실한 정체성으로 똘똘 뭉쳐진 교회 8 김주영 2014.01.06 1504
6860 각 시대의 대쟁투-율법과 은혜 (제 1부) fallbaram 2014.01.06 1019
6859 새해의 민초스다 신무기는? (미국, 북한 1시간 내 타격 가능한 신무기 개발) - 북한 김정은 동지에게 보내는 새해 서한. 2 신무기 2014.01.05 1520
» 우리 시대의 거인 3 Windwalker 2014.01.05 1490
6857 새해에는 김원일 님을 비롯.... 3 눈사람 2014.01.05 1284
6856 티끌보다 작은 정신병자(?) 그대, 안녕하신가 2 김원일 2014.01.05 1362
6855 Pure Heart . 13 file 박희관 2014.01.04 1187
6854 요한의 숫자놀이 1 fallbaram 2014.01.04 1120
6853 종북, 빨갱이 그리고 남은 자 1 김균 2014.01.03 1422
6852 어둠이 빛을 이기지 못하더라-누가 누구를 말하는가 7 fallbaram 2014.01.0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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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49 [신계훈목사님이 생각나서 . . .] [요한복음 세미나] 서론, 목적구성, 배경 2 - 신계훈 목사 2 hm 2014.01.02 1687
6848 아프리카보다 더 멀고 더 형편없는 가난-나는 부요하여 부족한것이 없다 하여도 2 fallbaram 2014.01.02 1095
6847 들리는가 아직도 내가 그냥 서 있다. 5 file 박희관 2014.01.02 1160
6846 As the deer (타락해가던 이 게시판에도 복음성가가...) 1 file 왈수 2014.01.02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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