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등록 : 2014.07.09 18:50

조현 종교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통령궁 앞엔 산마르틴광장과 대성당이 마주 보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기경으로 머물던 이 대성당 안에선 호세 데 산마르틴(1778~1850)의 무덤이 가장 인기다. 15~16세기 십자가와 선교사들을 앞세우고 라틴아메리카를 정복한 스페인군을 아르헨티나와 칠레, 페루에서까지 몰아낸 해방 영웅의 묘다. 점령군의 목을 날린 산마르틴 무덤 앞에 모여드는 수많은 참배객은 산마르틴을 새 구원자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에서 가톨릭인으로서 우리 민족의 구원자로 추앙할 만한 인물이 있을까. 단연 안중근(1879~1910)이다. 그러나 그는 한국 가톨릭으로부터 버림받은 존재였다. 그가 더 큰 살상을 저지르지 못하게 한다는 명분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했을 때 조선 가톨릭교구장이던 프랑스인 뮈텔 주교(1854~1933)는 안중근을 살인자라며, 신자임도 부인하고 사제의 면회도 방해했다. 그러나 안중근은 사형 직전 장남 분도(베네딕도)를 사제로 만들어 달라고 유언했다. 뮈텔 주교의 배신에 안중근은 믿음으로 응답한 것이다.

뮈텔의 배신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안중근의 사촌동생 안명근의 고해성사를 받은 빌렘 신부의 정보보고를 일본 총독부 아카시 장군에게 밀고했다. 이로 인해 신민회 회원 600명 등 독립운동가들이 일망타진됐다.

9년 뒤 3·1 독립운동에 여타 모든 종교가 앞장섰지만 가톨릭만 빠졌다. 뮈텔은 전 국민이 부른 만세를 함께 불렀다고 해서 신학교 학생들을 퇴학시켰다.

안중근 100주기인 2010년 명동성당에서 열린 안중근 추도 미사에서 가톨릭은 안중근의 신자 자격을 복권시켰다. 쓰면 뱉고 달면 삼켰다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 하지만 그조차 다 삼키지 못했다. 미사를 집전한 정진석 추기경은 “뮈텔 주교가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옹호했다.

다음달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한다.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조선 말 순교자 123위를 포함한 124위 시복식을 집전한다. 광화문은 무더위에 무방비인 아스팔트 위인데다 경호도 어렵다는 우려에도 염수정 추기경이 밀어붙였다고 한다. 순교 터들이 광화문과 가깝다는 게 이유다. 순교 시대를 보면 김대건과 황사영 등 초기 가톨릭 지도자들은 프랑스 군함이 조선 정부를 제압해서라도 신앙의 자유를 얻기를 바랐다. 그것이 더 큰 박해를 초래했다. 염 추기경은 조선의 상징인 광화문이야말로 150여년 전 조선의 국가적 박해에 희생된 순교자들을 기리고, 지금의 가톨릭이 당시 노론 못지않은 기득권을 갖게 됐음을 선포할 적임지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물을 수밖에 없다. 120년 전 동학 30여만명이 죽어갈 때, 안중근이 사형당할 때, 3·1운동으로 5만여명이 검거되고 7500여명이 살해당할 때, 일제강점기 학살과 고문, 인체실험, 위안부 동원, 징병, 수탈로 동포들이 신음할 때, 다른 종교인들이 동포와 함께하며 숱한 고난을 겪을 때 가톨릭은 어디에 있었는가. 처참한 집단학살까지 당하며 평등의 새바람을 바란다던 초기 선구자의 명분은 어디로 갔던가. 자발적으로 서학을 받아들인 자생종교라는 자부심대로 고난 받는 민중 속으로 들어갔어야 할 가톨릭은 어디를 바라보았던가. 일제와 기득권자가 아니라 피울음 울던 동포를 껴안은 가톨릭이 이 땅에 있었던가.

한국 가톨릭은 광화문에서 순교자들을 현양하는 것 이상으로 먼저 안중근과 민족 동포에게 참회해야 마땅하다. 그나마 1970년 이후 지학순 주교와 그 뒤를 이은 정의구현사제단 사제들, 민주화를 지지한 김수환 추기경, 약자들과 함께 산 두봉·정일우 등 선교사들, 밀양과 강정과 용산과 광화문 등에서 약자들을 껴안고, 함께 매 맞고 운 사제·수도자들이 없었다면 어쩔 뻔했는가.

그러나 정·염 두 추기경은 한국 가톨릭을 민초의 현장 속에 투신시키는 사제·수도자들을 멀리하고 박해했다. 그들까지 내쳐버리고 무슨 면목으로 동포들 앞에 서려는 것인가.

조현 종교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well.hani.co.kr


출처: 한겨레신문 논단


  • ?
    왈수 2014.07.09 23:51
    이렇게도 하고, 저렇게도 하면 되는 것이지요. 뭘 그리 열을 내실 필요가...??
  • ?
    왈수 2014.07.15 00:50
    그 글에는 "집어치울" 이유가 전혀 나타나 있지 않네요. 더 열을 내야 한다는 메시지이네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10401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36649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53664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5451
8105 나는 왜 사민주의자가 아닌가? 김원일 2014.07.12 543
8104 불자와 신자 모두에게 드리는 말 3 배달원 2014.07.12 551
8103 英 데일리메일, '우스꽝 월드컵' 명장면 TOP 10 우스꽝 2014.07.11 846
8102 큰안식일 회복 운동을 위한 호소문 13 file 김운혁 2014.07.11 730
8101 [평화의 연찬 제122회 : 2014년 7월 12일(토)] “성경에서 理와 氣를 만나다 - 퇴계와 율곡, 생각을 다투다” 김한영 장로 [(사)평화교류협의회 상생협력대표] cpckorea 2014.07.11 619
8100 DJ-盧정부 조직 하나하나 되살리는 朴정부 ... 이건 신문이 아냐 "동아일보" 박비어천가 2014.07.10 576
8099 Erik Ravelo 작품 패러디(박근혜 등 뒤에 걸린 아이) 1 에릭라벨로 2014.07.10 1861
8098 JTBC ‘손석희 NEWS9’ 8시 이동 검토한다 1 손짱 2014.07.10 702
8097 어또케 이런 작자가 아나운서며 정치를 한다고 떠들고 다닐까? +++ 정성근 “조국·공지영 ‘종북’ 글 장관 내정 후 지웠다” 3 캐로로 2014.07.10 668
8096 영산강에 서식하는 희안한 동물. 자연인님에게. 1 왈수 2014.07.10 568
» 천주교에 대고 한마디 하고 싶으면 이렇게 하라. 666, 적그리스도, 일욜흄녕 같은 소리 집어치우고. 2 김원일 2014.07.09 810
8094 개인회생 및 파산에 대한 무료상담 안내 김남윤 2014.07.09 562
8093 내라면 9 김균 2014.07.09 713
8092 국회에서 열린 개그 콘서트. 청문회 2014.07.09 599
8091 시진핑 서울대 강연 짚어볼 사항-한반도 비핵화와 북핵의 차이는 무었인가 ? 은유법 2014.07.09 646
8090 재림교회 성도 1천만명 중 단 한명도 답을 알지 못하는 기산점 5 김운혁 2014.07.08 736
8089 [김용민의 그림마당]2014년 7월 9일 1 만평 2014.07.08 901
8088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은 어디 있었나? 1 배달원 2014.07.08 799
8087 박 대통령에게 직격탄 날린 유시민 - "박 대통령은 혼군… 이 상태로 후반기 보낼 것" 주장 혼군 2014.07.08 729
8086 세월호 가족들 “인터뷰 물의 홍가혜씨 처벌 안 원해” 탄원서 4 진리 2014.07.08 698
8085 유시민 “박 대통령은 폭군 아닌 ‘혼군’”···‘어리석은 임금’ 직격탄 알라딘 2014.07.08 549
8084 우리는 하나 미주지역 북한선교 소식지 5호가 나왔습니다. 평교협 2014.07.08 755
8083 유시민 "朴 대통령은 혼군, 지금처럼 계속 갈 것" 알라딘 2014.07.08 544
8082 예수님이 서기 31년도에 돌아가셨다는 오류를 지난 151년동안 믿어온 재림교회 그리고 그 실마리 1 김운혁 2014.07.07 776
8081 해학과 감동의 어우러진 사무엘서 해설. 1 최종오 2014.07.07 841
8080 '못된' 국정원, 국정원장 청문회서 '야당 사찰' 들통 --- 새정치 "야당 의원 사찰" VS 새누리 "관행이었다" 1 관행? 2014.07.07 598
8079 예수 믿으면 안 되는 팔자 1 김균 2014.07.07 985
8078 혼자 살 팔자 김균 2014.07.07 1824
8077 한반도평화포럼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민서명운동'에 함께 합니다. 참여합시다 2014.07.07 602
8076 일본 장학금 받는 한국 단체와 학자들 공개. 1 각시탈 2014.07.06 725
8075 일요일 휴업령 같은 소리 3 은하수 2014.07.06 18417
8074 [부고] 고 정진실사모님 (김성래 목사님의 부인) 주 안에서 잠드셨습니다 1 admin 2014.07.06 18530
8073 박근혜정부가 그래도 가장 잘하는 정책 3 3초만 2014.07.06 666
8072 軍사이버사령부가 숨긴 정치댓글만 2~3배 이승만 2014.07.06 428
8071 재림 성도 여러분 5 김운혁 2014.07.06 575
8070 낙동강서도 '큰빗이끼벌레'…"4대강, 호수됐다 자연인 2014.07.06 1620
8069 영산강에 서식하는 희안한 동물. 6 자연인 2014.07.06 14680
8068 지상파 3사 ‘김명수, 정종섭이 누구?’…장관 후보자 검증 침묵 바른 2014.07.06 546
8067 [동영상 뉴스]“또각또각 구두소리가 좋아” 단원고 박예슬전시회 ... 다시 예슬이를 마음에 내딸 2014.07.06 18298
8066 거짓말탐지기를 속인 여간첩? 2 배달원 2014.07.05 646
8065 4월 16일 서울신문 보도 구조된 승객들 증언 배달원 2014.07.05 600
8064 재림성도 여러분!! (이글을 여러분의 지인들과 함께 나누는 것은 하나님의 사업 입니다) 1 김운혁 2014.07.05 717
8063 국정원 간첩증거조작 사건 협력자, 유우성에 사과 “국정원과 검찰을 도와준다는 어리석은 생각뿐”.............간첩은 이렇게 '탄생'한다 7 빨갱이 2014.07.04 567
8062 당신의 목사는 "창녀"에 대해 설교한 적 있는가. 30 김원일 2014.07.04 1058
8061 안식교 목사가 적그리스도의 교회인 로마천주교의 성모 마리아 상 앞에서 기도 하였다 10 홍길동 2014.07.04 878
8060 쉿 조용히 있어 모두 1 file 가만있어 2014.07.04 768
8059 뜨거운 열정으로 ‘게일 숨결’ 따라 잡았다 최창규 2014.07.04 699
8058 박혜경 - Lemon Tree (Official Video) serendipity 2014.07.04 830
8057 33년 만에 돌아온 김추자! / YTN serendipity 2014.07.04 742
8056 고충진 정달숙 부부 기타듀엣 - 엘 빔보(El Bimbo) serendipity 2014.07.04 954
8055 고충진 - 기차는 8시에 떠나네(The Train Leaves At Eight) serendipity 2014.07.04 771
8054 세월호 ‘레이더 잡힌 이상물체’는 무엇인가…의혹 여전 진실 2014.07.03 592
8053 이재오는 어떻게 '모난 돌' 김홍신을 쫓아냈나 1 모난돌 2014.07.03 677
8052 아직도처녀를업고있느냐 1 느티나무 2014.07.03 897
8051 [평화의 연찬 제121회 : 2014년 7월 5일(토)] ‘평형수’ 이야기 좀 합시다. 최창규장로 [(사)평화교류협의회 상생협력대표]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4.07.03 798
8050 큰안식일 회복 운동에 대한 호소 : 교회 지도자분들께 김운혁 2014.07.03 734
8049 이 사람을 누가 뽑았나? "박 대통령 지지율 30%대로 급락…새누리 지지율보다 낮아져" 궁민 2014.07.03 572
8048 챔피언의 자전거 3 file 김주영 2014.07.03 719
8047 천성을향하여 1 느티나무 2014.07.03 703
8046 이래서 '가수 김장훈'이야~! 김장훈이간다 2014.07.02 758
8045 "이제 당신들을 위해 소리내지 않겠다" 5 가만히있겠다 2014.07.01 875
8044 폭로, 노벨재단/김대중 노벨상 로비로 받은거 그립고애통한 2014.07.01 1064
8043 고려대 경제학과 장학생 故 김지훈 일병 父 "단추 하나로 시작된 아들의 죽음 가해자의 누나는 유명 탈런트 한ㅎㅈ 남동생 한 ㅎ ㅈ 2014.07.01 1459
8042 입장바꿔 생각할 때가 된 것같다 2 시사인 2014.07.01 693
8041 북한하고 붙으면 이길까? file 김균 2014.06.30 815
8040 조용한 날이 없다 file 김균 2014.06.30 913
8039 안식교는 어떤 교회입니까? 이단입니까? 안식일, 지옥, 제칠일? 4 우리는이단인가 2014.06.30 768
8038 노무현 대통령의 글쓰기 1 김균 2014.06.30 1037
8037 6월 30일 국정조사특위 보고에 대한 후기 배달원 2014.06.30 544
8036 국민에 눈높이와 미운 7살 1 배달원 2014.06.30 658
Board Pagination Prev 1 ...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