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앤드류스 내 아파트에서 혼자 살게 됐다.
승리엄마가 싸준 밥이랑 과자랑 음료수는 오는 길에 다 먹고 과자만 조금 남았다.
이젠 내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면서 살아야 한다.
오늘은 오는 길에 시카고 한인마켓에서 사온 쌀이랑 반찬거리로 저녁을 해서 먹었다
밥은 내일까지 먹으려고 밥솥에 한 3인분쯤을 안쳐놓고 바나나 하나를 우선 먹었다.
반찬도 몇 가지 만들었는데 다들 너무 짰다.
밥을 떴다.
한 그릇만 먹을 거니깐 국그릇에다 수북하게 담았다.
먹어보니 밥이 설었지만 이제 와서 어쩔 수도 없고 해서 맛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냥 먹었다.
한 그릇을 다 먹었다.
조금 더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내일 한 끼만 먹기로 작정을 하고 반 그릇만큼 더 덜어 먹었다.
간장에 비벼먹으려고 간장을 밥에 넣었는데 간장이 너무 많이 부어졌다.
밥이 간장에 절벅절벅 하다 보니 밥을 비빌 필요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내일 먹을 밥에서 반 그릇 분량을 다시 덜어냈다.
그래도 간장이 질퍽거렸다.
고민 끝에 내일 먹을 밥의 총 분량으로 반 그릇만 냉겨놓고 나머지를 간장국밥(?)에 넣었다.
그러니까 밥이 좀 찐떡찐덕해지면서 간장비빔밥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그 밥을 다 먹으니 배가 불렀다.
밥솥을 바라보면서 ‘내일 아침 저 밥을 먹어봤자 틀림없이 간에 기별도 안 가겠지?’ 라고 생각을 했다.
먹다가 모자라면 더 비참할 거란 생각에 밥솥에 남아 있는 밥을 마저 먹어버렸다.
내가 좋아하는 성경절 하나가 생각났다.
“너는 꿀을 만나거든 족하리만큼 먹으라 과식하므로 토할까 두려우니라” 잠 25:16
그동안 나는 이 성경 말씀대로 과식을 피하는 생활을 해왔다.
나의 모토(?)는 ‘음식은 언제나 족하리만큼 먹자.’이다.
그런데 오늘은 좀 지나치게 족하리만큼 먹은 것 같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적당히 족하리만큼 먹겠다고 생각하면서 곶감, 강냉이, 요거트를 후식으로 식사의 모든 과정을 마치고 기도를 한 후에 잠자리에 들었다.
2002년 5월 7일 월요일
언젠가는 틀림없이 그리워질 앤드류스의 마지막 달을 보내며...
(이 글은 지지난 주 월요일에 써놨던 건데 딱 이주일이 지난 오늘에서야 올립니다. 명작은 아니지만 이 글도 제 자식이나 마찬가진 건데 어두운 컴퓨터 칩 속에 살게만 할 수는 없어서 세상바깥으로 내보내게 되었습니다. 풍선 같은 이 글이 우리의 무거운 마음을 매달고 파란 하늘로 날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그 다음날 저는 아침을 굶었습니다.)
최종오님은 왜 그런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남기는 것입니까?
우리가 님의 사생활을 알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요..
개인 홈피에나 쓰시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