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하다 보면 어느 새 우리는
서로를 극단으로 몰고 간다
그것이 한민족의 피에 흐르고 있는
뭔가 이해할 수 없는 우리의 극단성이다
잠시 차분해져서
무엇을 가지고 우리는
너는 잘못이고 내가 옳다고 하는가를
잠시 좀 들여다 볼 필요도 있는 것 같다
성경이 동성끼리의 결혼이 잘못이라고 했으면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믿는 우리에겐
두말 할 여지도 없이 그것은 죄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동성끼리의 결혼이 없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궁극적으로 이 세상에서
동성애를 포함하는 모든 죄가 도말되는
새 하늘 새 땅이 그래서 우리의 소망인 것처럼...
동성애에 대해서 얘기할 때
그래서 우리는 죄와 죄인을 좀 구별하는 관점에서
얘기가 나누어졌으면 한다
우리가 동성애뿐만이 아니라
동성 결혼, 동성애자 모두를 한 묶음으로
얘기하다 보면
결국 우리는 난장판 속에서 나오지 못할 것이다
내가 미국에 와서
나의 첫 개인영어선생이 되어준 잔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는 게이였다
내가 다니던 직장에서
나를 놓치지 않겠다고(?) 일부러 돈을 지불하며
그 친구를 고용하고 나에게 개인교사로 붙여 주었다
그 친구 참 잘 생겼었다
키도 훤칠하고 영화배우로도 손색이 없을만큼...
그리고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에 있었던 덕으로
한국말도 왠만큼 했다
그래서 때로는 이 친구가 한국어 공부하는 것인지
내가 영어공부를 하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 후로 이런 저런 게이들을 주위에서 보게 되며
나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그들은 대부분 참 젠틀맨들이었으며
대부분 프로펫셔날 직업을 갖고 있었으며
나보다도 사회의식이 더 건전했다
나무랄 데 없는 양심 있는 모범시민들이었다
그리고 직장의 다른 파트의 한 친구,
웨인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직장에서
나를 많이 도와 주었고 격려의 응원도 해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친구의 과를 지나치다가
그 친구에게 하이 하려고 들렸는데
한 손 가득히 무슨 약들을 입안으로 털어넣는 것이었다
야, 그게 뭐냐? 그랬더니
비타민이란다
감기가 잘 낫지 않는다며 웃는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에이즈로...
그리고 그 때까지 난 그가 게이인줄 몰랐었다...
그의 이른 죽음과 그 때의 그 마지막 웃음이
진한 아픔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요즈음 동성애, 동성애자들, 동성끼리의 결혼문제...
등등에 대한 얘기를 이곳에서 나누고 읽으며
문득 그의 얼굴이 떠올랐고 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일 내가 그런 동성애자의 성향을 가지고 태어났다면
여기에서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모든 이슈들이
과연 무슨 의미를 가지게 될까... 나에게는... 하고 말이다
동성애
그건 이론이나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내 안에 있는 현실이다
2012.05.21 18:37
그의 죽음과 그 마지막 웃음이 진한 아픔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 그건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내 안에 있는 현실이다
조회 수 1357 추천 수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