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다가 십칠 년 전 지금 사는 동네에 흘러들어와서 우연한 기회에 다 쓰러져가는 서민 빌라 단지안에 아름드리 이름모를 나무가 우뚝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빌라 1층 공동현관 입구에서 채 1.5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저런 거목이 서 있었던 것이다. 당시 너무나 신기한 광경에 참 의아했었다.
한때는 이 마을을 지켜주던 수호신이었으리라.
인현왕후와 장희빈이 숙종을 사이에 두고 벌인 사랑 싸움도 보고 희빈 장씨의 아들이 왕이 되는 것도 보고 사도 세자가 뒤주에서 죽어가는 모습도 보았으리라.
아무튼 내가 이 나무를 발견했을 때 걱정이 앞섰다.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에 오래는 못갈 것이다."
그래도 용케 십칠 년을 더 버티다가 결국 모진 풍진과 영욕을 뒤로 하고 인간의 학대속에 생을 마감했다.
나무야
그동안 너무나 고마웠다.
그리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정말 미안하다.
부디 잘 가거라 -미디어 다음 아고라펌-
2015.05.11 17:36
은혜를 원수로 갚은 인간, 참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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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시멘트 앞에서 손든다?
콘크리트 시멘트 너머 손짓하는 저 시적 영혼에 내 영혼을 걸고
다시 한 번 심호흡의 기도를 들이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