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읽어보시라고.....
주 례 사
요즘 젊은이들은 어른 말을 잘 안 듣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 이 자리에는 이 두 사람이 늙은이 말 듣겠다고 저를 주례로 초청했지만
내가 이 두 사람이 살아가면서 결코 이룰 수 없는 것을 이야기하면
처음부터 좌절 할 것이니까 들을 수 있는 간단한 것들 몇 가지를 주례로서 당부하고자 합니다
인간의 모든 역사는 인연이란 줄로 엮여 있습니다
여기 오늘 결혼하는 두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인연이란 말을 다른 말로 만남이라고 표현합니다
그 만남은 부모를 떠나고 친구를 떠나고 해서 만나지는 것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부모로 인해서 만나기도 했습니다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은 결혼 뚜쟁이들을 통해서 만나기도 합니다
이 모두가 만남입니다
사실 오늘 이 두 사람을 나는 잘 모릅니다
안다는 것은 신부가 요즘 교회를 나와서 교회에서 내 옆자리에 앉아 있다는 겁니다
우리 교회에는 뒤편에 커다란 기둥이 있는데 기둥의 오른편 자리는 내 자리이고
기둥 건너 왼편이 신부의 자리입니다
교회에서는 그냥 인사하고 지났는데 어쩌다가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신랑의 모친은 예전에는 교회에서, 요즘은 밖을 나가면 간혹 만나는 사이입니다
이런 만남은 인생사 긴 여로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되는 인연입니다
여기 이 두 사람도 이런저런 인연의 줄을 따라서 살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것 같지만
사실은 이런 게 필연이라는 겁니다
생판 모르는 남녀가 만나서 우리 평생 같이 살자. 아이 놓고 오순도순 같이 살자
그렇게 약속하게 되는 것 모두가 인연이란 긴 실타래를 풀고 있는 겁니다
이런 시작을 성경에서는 결혼을 각자가 부모를 떠나 하나가 되는 결합이라 부릅니다
이왕 이렇게 만났으니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아야 합니다
기업가들처럼 돈은 못 벌어도 기업가들보다 더 따뜻하게 살아야 합니다
박사들보다 많이 배우지 못해도 자기자랑만 하고 사는 사람 아니어야 합니다
선조대대로 이름난 집안아니라 해도 새로이 일구어 가는 아름다운 가정이어야 합니다
자식을 미국 유학 못 보내는 한이 있어도 자식에게 존경받는 부모가 되어야 합니다
아 우리 아버지를 내가 닮아야겠다 아 우리 엄마를 내가 닮아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야 하는 겁니다
우리 부모는 날 버렸어 저들끼리 좋아해 놓고 날 버리고 다른 데로 갔어 하는
그런 소리 안 나오는 행복한 가정이 되어야 합니다
얼마 살아보지도 않고 몇 번도 참아 보지 않고 못 살겠다 갈아보자 하는
그런 소리하는 부부가 아니어야 합니다
살기는 싫은데 아이가 생겨서 할 수 없이 산다는 한탄하는 부모보다
아이가 생겨서 더 좋다 하는 부모가 되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못 배웠는데 자식 공부가 뭐냐 하는 생각하지 마시고 뼈가 부서져도
내가 못한 것을 이루어 주는 부모가 되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결혼은 두 사람만 잘 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겁니다 그래서 성경에는 자식은 태의 열매라고 했습니다
3년만 지나면 우리 부부가 결혼한지 50년 됩니다
오늘 결혼하는 부부가 볼 때 지겹게 오래 산 것 같습니까? 아니면 아 우리도 그래야 되겠다 그리 생각하십니까?
인생사 눈 깜박이면 50년 금방 지나갑니다 지겹다고 여겨지면 하루도 지겨운 것이요
즐거운 것이라고 생각하면 50년도 하루처럼 지나가는 겁니다
눈 깜빡할 사이에 50년 흘렀네 하고 살아가시는 오늘 신혼부부되시기 바랍니다
나중에 팔자타령이나 하려면 오늘 결혼 물러야 합니다
남편 애 먹이고 자식 애 먹이고 마누라 애 먹이고
그런 가정을 우리는 콩가루 가정이라 부릅니다
그런데 살아보면 애 안 먹이는 게 없습니다 그걸 얼마나 잘 참느냐 하는데
이 부부가 오래 견디는 비결이 있습니다
옛 말에 참을 인자 세 개면 살인도 피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아무리 기분 상하게 싸워도 우리 이혼할까 하는 소리는 안 해야
부부생활이 오래 지속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이혼이란 글자를 달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이혼율이 결혼 4쌍 중 1쌍이라 합니다
그럼 그들이 사랑한다고 떠들면서 낳은 아이들은 어쩝니까?
그래서 어떤 분들은 결혼은 손해 보는 장사라고 합니다
혼자 살 때는 참 편했는데 하는 소리 안 해야 합니다
싱글일 때는 얼마나 편했어요?
밤 12시 넘어서 들어와도 아무도 말하는 사람 없었어요
이젠 그러면 큰일 납니다 이젠 결혼은 손해가 아니라 오히려 이익 보는 것이다.
이게 남는 장사다 라고 마음 다짐을 단단히 하세요
두 사람 돈 있는 사람 찾아다니다가 결혼 하는 것도 아니요
두 사람 출세한 사람 찾아다니다가 결혼 하는 것도 아니요
서로 좋아해서 결혼하는 것이니까 오늘부터 마음을 비우세요
사주팔자 본다고 잘 살고 궁합 맞춘다고 잘 사는 게 아니라
두 분 마음이 맞아야 잘 사는 겁니다
이 세상은 즐겁게 살아가자고 태어났습니다
그러니까 두 부부는 이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렇게 살아갈 때에 무엇을 하든지 다 이루어 질 겁니다
상대에게 무엇을 바라며 결혼한다면 차라리 하지 않은 것 만 못 합니다
오늘 제가 신랑신부에게 선물 하나 합니다 이건 스텐레스 이중 컵입니다
커피나 차를 마시면 잘 식지 않습니다
나도 등산가면서 이 컵을 가지고 다니는데 겨울에도 잘못하면 혀를 데입니다
이건 던져도 깨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처만 납니다
그러니 이 컵으로 커피를 천천히 마시면서 오순도순하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밤늦게 마당에 앉아서 둘이서 차 마시면서 인생 설계하라고 드리는 겁니다
밤하늘별을 헤아리면서 인생 설계하라고 드리는 겁니다
우리나라 노래 가사에 이런 것 있습니다
유심초란 가수가 부른 노래인데 이 노랫말은 김광섭이란 시인이 쓴
“저녁에” 라는 글의 마지막 구절에서 따 온 겁니다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이젠 부부가 되니 어려운 일 즐거운 일 생길 때마다 밤하늘의 별을 보십시오
요즘 세상은 전깃불이 좋아서 밤하늘 잘 안 보는 세상입니다
남들 안 보는 세상 잘 보면서
다음 세상에서 우리가 무엇이 되어 만날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험한 세상에서 만나서 희노애락을 같이 했으니
다음 세상에서는 더 좋은 환경으로 태어나기를 기대해야 합니다
다음 세상이 있다면 다시 만나서 또 결혼하고 살거다 하는 마음으로 사시기 바랍니다
신부는 그것 연구하느라고 우리 교회에 나옵니다
두 사람이 같은 하늘을 본다는 것은 행복 중에 최고의 행복입니다
그러면 50년 아니라 100년도 거뜬히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두 분은 오늘 이렇게 백년가약을 맺습니다 검은머리 파 뿌리 될 때까지 사셔야합니다
인생 매우 짧습니다 금방 지나갑니다 그 짧은 인생을 후회 없이 사시기 바랍니다
두 분 행복하게 잘 사세요
2014년 10월 5일
주례자 김 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