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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3 09:23

혁명의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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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도래?





»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한국학




아랍권의 대규모 민주화 시위로 시작되고, 카자흐스탄의 파업하는 유전 노동자 학살로 끝나는 2011년에 신문 지상에 가장 많이 오르내렸던 단어 중의 하나는 ‘혁명’이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미완의) 혁명의 냄새를 맡아 본 지 이미 거의 25년이 지났기 때문인지, “혁명”이라는 단어를 종종 매우 부정확한 방식으로 쓴다. ‘혁명’을 정의하자면, 이는 상부구조(정치권력의 구조)나 토대(생산수단을 둘러싼 소유관계)에서의 본질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는, 예컨대 지금까지 이집트에서 이루어진 변화는 아직도 혁명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 무바라크가 물러났지만, 군부가 여전히 권력을 장악하면서 외세의 은근한 격려를 받아 급진적인 시위자들을 검거하고 학살하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무바라크의 퇴진과 부분적인 민주화 조처는 이집트에서의 혁명 과정의 시작만을 뜻했을 뿐이다. 그러나 금년의 세계 정세로 봐서는, 내년이나 내후년은 어쩌면 진정한 의미의 혁명이 본격화되는 해가 될지도 모른다. 여기에서 혁명은 미국의 패권과 유럽연합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대한 저항과 함께 자본주의의 근간인 대규모 생산수단에 대한 사유와 이윤추구 위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본질적 도전을 의미한다.


지금 튀니지나 이집트 등 형식적 민주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아랍 국가들에서는 반미 색채 차원에서 국내 운동판의 ‘자주파’와 상통되는 온건이슬람주의 세력과 함께 점차 계급적 좌파도 힘을 키워나간다. 이집트 노동자 같으면 그 요구는 더 이상 최저임금 제정이나 임금 인상 등에 그치지 않고 무바라크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일환으로 민유화된 백화점이나 방직공장 등 주요 경제시설의 재(再)국유화까지 포함한다. 마찬가지로 지난 16~17일 70여명 정도로 추산되는 희생자를 낸 카자흐스탄 서부 만기스타우 지역 자나오젠시 유전 노동자들도 임금 인상과 함께 회사의 재국유화를 요구했다가 마피아적 관료자본가들만의 이해관계를 따르는 권력자로부터 카자흐스탄 역사상 초유의 유혈탄압을 받은 것이었다. 머나먼 칠레에서도 광부와 학생들이 다 같이 아옌데 정권 때인 1971년에 국유화됐다가 피노체트에 의해서 70% 정도 사유화된 구리공업의 전반적인 재국유화를 요구하면서 올가을에 힘찬 운동에 나섰다. 세계체제의 준(準)주변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이집트, 카자흐스탄, 칠레에서 노동운동의 요구 수준은 단순한 경제투쟁 차원에서 생산수단과 자원에 대한 소유 형태의 문제로 급속히 올라가고 있다. 자본주의의 총체적 위기가 내년과 내후년에도 계속 심화될 만큼 이와 같은 경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자본주의적 국가에 의한 국유화 자체는 자본주의에 대한 도전을 아직도 의미하지 않는다. 자본이 의회정치나 카자흐스탄과 같은 독재권력을 통해서 국가를 통제하는 이상 국유화는 민중보다 자본에 더 유리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최근의 고무적인 경향은, 자본 본위의 국가 권력에 맞서서, ‘거리’의 대항 권력이 점차 성장하는 것이다. 세계적 준주변부의 또 한 지역인 남유럽 같은 경우에는, 지난해에 급진정당과 노조들이 전국 경제를 마비시킬 수 있는 동원력을 과시했다. 지난달 포르투갈 총파업 같으면 1100만명 정도의 총인구를 가진 나라에서 약 300만명의 노동자들이 참가해 하루 동안 경제 전체를 완전히 마비시키고 만 것이었다. 아직 남유럽의 저항운동은 총파업과 같은 일회성의 전국적 투쟁에 머무르고 있지만, 은행자본만을 위한 유럽연합의 예산 삭감 강요정책이 더 심각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수록 투쟁의 강도도 총파업보다 더 높은 수위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자본주의가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는 현재에, 국내 진보계는 아직도 ‘복지국가’ 수준의 논의에 머무를 뿐이다. 우리도 과연 노동자들의 경영참여를 배제하고 전 사회의 이익을 무시하는 재벌들의 생산수단 소유가 정당한지, 한번 본격적으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한국학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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