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빵 굽는 마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태리 일명 안식 골을 찾아서
청년시절 친구 두 명과 함께 배낭여행을 나섰다.
진도→나주→정읍→내장산→백양사→산청군→지리산→중태리→진주→진도
내장산을 들어설 때가 11월 중순이라 서리가 내리고 밖에서 잠자기가 추웠지만
텐트에서 꼭 붙어서 자면 그런대로 견딜 만 했습니다.
바닥에 짚이나 풀을 깔면 한기가 올라오지 않고 견딜만합니다
지금이라면 오리털 침낭을 준비하면 훨씬 좋았겠지만..............
내장산에서 백양사 넘어가다 보면 길가에 감나무가 많습니다.
지나가다 흔들면 우수수 하고 서리 맞은 감이 떨어집니다.
이게 웬 횡재 다냐.
한참 주워 먹으면서 길을 가는데
그렇게 마음껏 먹어 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백양사에서도 길가 가로수에 홍시 감을 주워 먹으면서
안식 골을 찾아서 경남 산청으로 떠났다
물어물어 찾아가는데
가르쳐 주시는 분이 이러신다.
아하, 공부하는 사람들 사는 곳 말이죠?
하신다.
???
배낭매고 천천히 걸어가는데
산청은 과연 감나무가 지천이다
밟히는 게 감이라더니
산에도 들에도 길에도 온통감이다.
그런데 감이 이제 까지 먹던 감하곤 질이 다르다
푸석푸석한 백설기 먹다가 따끈따끈한 인절미처럼 모찌떡처럼
입에 착착 감기는 것이 이리 맛있을 수가 없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나무에 홍시가 된 큼지막한 감 맛은 어디서도 맛 볼 수가 없다
거긴 곶감을 생산하기 때문에 홍시는 버린 감이다
그렇게 안식 골을 입구에 텐트에 잠을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는데
길가로 중년 남성 한분이 내려오신다.
어깨엔 커다란 가방을 메고서 시장을 가신다.
안식 골을 찾아 가는데 여기가 맞느냐고 했더니
맞다고
예언의 신에 구두수선 하는 직업을 권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그 처럼 자신은 구두 수선하러 5일장을 찾아 가노라한다
선지자의 말씀대로 사노라하신다
안식 골의 사람들 집에는 주렁주렁 곶감이 매달려있다.
이곳 곶감은 예로부터 임금님께 진상하는 우리나라 최상품 곶감이라 한다.
하룻밤 신세지기를 청하였더니 기꺼이 환영하신다.
안식교 개혁파 전도사란다
사모님 인상이 참 좋아 보이고 전도사님도 얼굴에 나 교인이요 라고 쓰여 있는 듯하다.
대접이 잘 익은 홍시다
이크! 우린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난색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며칠째 감으로 배를 채우고 안식 골 들어오기 전에 감에 질려 있었는데^^
어쨌거나 성의이니 맛있게 먹고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는데
전도사님 방은 온통 연대표들로 도배가 되어있다
2300주야는 기본이고
주님 오실 날 얼마 남지 않았다합니다
방 한편에 꽤나 값비싸 보이는 망원경이 설치되어있다
주님 오실 그 하늘을 그리고
오리온성좌 그 너머의 하늘을 관측한단다.
금요일 오후엔 그곳 사람들은 모든 일상을 마치고 빵을 굽기 시작한다.
밥은 보관도 어렵고 안식일에 불을 피우지 말아야하기에 차갑고 밥상을 차리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모두들 금요일 오후엔 빵을 굽는다.
거칠게 먹어야 된다며 거칠거칠한 가루로 빵을 굽는다.
두 번 구워야 예언의 신에 맞는다고 꼭 두 번 구워 먹는다.
안식일을 철저하게 지키기 위해 금요일은
구두도 닦아 놓고 옷도 다려 놓고 목욕도 하고
모든 일상이 안식일을 위해 1주일이 계획되고 그렇게 살아 들 가신다.
그 모든 준비를 마치고 안식일엔 음식을 만드는 모습이 안 보인다.
된장 간장도 없다
김치도 없다
발효 식품은 예언의 신 적이지 않단다.
고추는 보이는데 맵지 않은 것이란다.
얼마나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지
입구에서 만난 지역 사람들은 공부하는 사람들이라고 하지 않던가.
놀랍군요.
그 분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제발 다 잘 되셨으면...
정말 순수하신 분들같은데...
님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한국에 꼭 나가야 되겠습니다.
이런 분들 꼭 만나 보고 싶습니다.